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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챙기는 이유가 달라진 이후
나는 Canon EOS 30D를 다시 꺼내 들면서부터 사진을 많이 찍지 않게 됐다. 이 변화는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생활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과에 가깝다. 이 카메라는 이미 20년의 시간을 지나온 디지털 DSLR이고, 지금의 생활 리듬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도구는 아니다.
나는 이 어긋남을 단점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어긋남 덕분에 촬영자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느낀다. 이 글은 사진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오래된 카메라를 현재의 삶 속에서 사용할 때 어떤 판단이 반복되는지를 기록하기 위한 사용성 기록이다.
40대 가장이 된 이후 촬영은 더 이상 독립적인 행위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하루에서 사진은 언제나 일정의 가장 뒤에 놓인다. 그날 나는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서 출사를 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외출을 하면서 카메라를 하나 더 챙겼을 뿐이다. Canon EOS 30D를 가방에 넣는 순간, 오늘은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카메라를 챙긴 이유는 분명했다. 촬영을 얼마나 했는지가 아니라, 촬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조건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면보다 먼저 계산하게 된 이동과 시간
산길 초입에서 나는 이미 몇 번의 선택을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빛이 멈추게 만든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을 장면들이 있었다. 그날은 달랐다. 풍경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보폭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장면을 보면서 동시에 시간을 계산했다. 지금 멈추면 아이들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먼저 떠올랐다. 이때 촬영 판단의 기준은 장면이 아니라 이동으로 이동했다.
이 변화는 감정적인 포기가 아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진 한 장보다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나는 그날 같은 선택을 여러 번 반복했다. 찍을 수 있는지보다, 멈춰도 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이 판단 순서의 변화는 촬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이 개입한 결과였다. 카메라를 들고 있지만, 사진을 우선하지 않는 상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아이 하나는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왜 휴대폰으로 안 찍냐고 물었다.그 질문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고, 그날의 판단을 정리하기에 충분했다.
촬영을 미루는 선택이 반복될 때
Canon EOS 30D는 빠른 대응을 허용하는 카메라가 아니다. 이 카메라는 언제나 준비 시간을 요구한다. 전원을 켜고, 자세를 잡고, 시선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혼자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그대로 부담이 된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촬영 빈도를 줄이게 된다. 이 과정은 불편함이 아니라 기준이 이동하는 경험에 가깝다.
산 중턱에서 잠시 쉬는 동안에도 나는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다. 아이들이 물을 마시고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나는 그 짧은 간격에 사진을 끼워 넣지 않았다. 대신 흐름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이 판단은 즉흥적이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사진보다 이동과 동행을 우선해야 한다는 기준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카메라는 그 기준을 확인하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남기지 않기로 한 선택이 명확했다는 점이다. 나는 어떤 기록이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 카메라는 그런 판단을 계속해서 요구한다. 그래서 Canon EOS 30D를 들고 있는 동안, 나는 계속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무게가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순간
하산길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앞서 내려갔고, 나는 뒤에서 속도를 맞췄다. 가방 안에서 느껴지는 Canon EOS 30D의 무게는 단순한 물리적 부담이 아니었다. 그 무게는 내가 지금 무엇을 우선하고 있는지를 계속 상기시키는 기준처럼 작용했다. 카메라가 무겁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였다.
그날 나는 결국 한 장의 사진만 남겼다. 그 사진은 잘 찍힌 결과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한 장은 수많은 선택 끝에 남은 흔적이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며 찍지 않은 장면들을 더 또렷하게 떠올렸다. 사진의 수가 줄어들수록, 기억 속 판단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이 경험은 사진의 가치가 결과물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만들었다.
하루가 끝난 뒤 정리되는 기준
Canon EOS 30D는 2006년에 출시된 중급기 DSLR로, 8.2MP APS-C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빠르진 않지만 안정적인 셔터감과 조작계를 갖춰, 지금도 클래식 DSLR 특유의 감성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꾸준히 선택받는다. 2024년 현재 중고가는 5~10만 원 선으로, 감성 기록용으로 접근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대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나는 카메라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 시간은 언제나 정리의 시간이다. 조용한 공간에서 Canon EOS 30D를 바라보면, 그날의 선택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카메라는 결과를 보여주기보다 과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도구를 단순한 촬영 장비로 보지 않는다.
앞으로는 이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 글은 에세이가 아니라 사용성 기록이다. Canon EOS 30D라는 오래된 도구가,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현재의 삶 속에서 촬영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록한 개인 아카이브다. 아이들과 함께한 산행에서 나는 많은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지금의 생활 조건 속에서 어떤 기준으로 촬영을 선택했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했다. 이 기준은 이후에 남길 모든 기록의 출발점이 된다.
이제부터의 기록은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왜 찍지 않았는지, 무엇을 먼저 선택했는지를 남긴다. 이 오래된 카메라는 지금의 삶과 완벽하게 맞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나의 판단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나는 이 어긋남을 계속 기록해 나갈 생각이다.지금의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기억하게 해주는 카메라를 선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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