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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카드를 넣는 순간 느껴지는 촬영 준비의 감각

디지털카메라의 저장 매체가 SD 카드로 통일되기 이전, Canon EOS 30D는 CompactFlash(CF) 카드를 주력으로 사용했다. 최근 이 오래된 기기에 다시 메모리 카드를 삽입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이렇게 묵직했나?”였다. 요즘 쓰는 SD 카드는 얇고 가볍고, 손에 들면 존재감이 거의 없다. 반면 CF 카드는 손바닥에 올려놓는 순간부터 단단하다.

 

가장자리의 두께, 표면의 질감, 방향을 맞춰 끼워 넣어야 하는 구조까지, 모든 요소가 “한 번 꽂으면 제대로 꽂히는 물건”이라는 느낌을 준다.카드를 슬롯에 밀어 넣을 때 전해지는 저항감도 인상적이다. 무턱대고 밀어 넣는 게 아니라, 방향을 확인하고 끝까지 눌러 넣는 과정에서 작은 긴장이 생긴다. 그리고 도어를 닫을 때의 명확한 감각이 촬영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준다.

 

사소한 동작인데도 묘하게 마음이 정돈된다. 예전에는 이런 절차들이 번거로움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해보니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한 번 가라앉히게 만드는 장치 같았다.

 

요즘은 저장 공간이 거의 무한에 가깝고, 연사도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EOS 30D와 CF 카드는 촬영을 “무한 반복”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일”로 느끼게 한다. 카드를 꽂고, 뚜껑을 닫고, 전원을 켜는 그 짧은 순서가 촬영의 시작을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이 데이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 데이터가 내 손을 거쳐 물리적 매체에 담기는 과정을 직접 체감하면 태도가 달라진다.

출사 현장에서 느낀 Canon EOS 30D 저장 매체의 신뢰성과 데이터 보존의 철학

요즘 PC에서 CF가 막히는 이유와 내가 택한 현실적인 방법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요즘 컴퓨터에는 CF 슬롯이 없다. 예전에는 본체 전면에 카드 리더가 달려 있기도 했고, 카메라에서 케이블로 연결하는 방식도 흔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신 노트북은 얇아지는 대신 포트가 줄어들었고, CF를 직접 받는 장치는 거의 사라졌다. “연결이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 실제로 생긴다.

 

나는 처음에 카메라를 USB로 연결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오래된 기기는 연결 방식이 단순하지 않다. 케이블 규격이 맞아도 드라이버나 인식 문제로 막히는 경우가 있고, 운영체제 업데이트 이후에는 예전에 되던 방식이 갑자기 안 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가 고장인가?’라는 걱정이 먼저 들지만, 막상 원인은 카메라보다 컴퓨터 쪽 변화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결국 “예날 고물겸 나의 보물”을 꺼내 들었다. 레노버 X200. 오래된 장비지만 이럴 때는 오히려 믿음직하다. 포트도 넉넉하고, 예전 방식의 주변기기들과 궁합이 좋다. CF 리더기를 꽂으면 별다른 설정 없이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복잡한 안내 없이도 파일이 폴더로 바로 들어온다.

 

최신 기기에서는 당연하게 기대했던 ‘자동 인식’이 오히려 더 까다롭고, 구형 장비에서는 심플하게 해결되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저장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라는 점이다. 카메라를 다시 쓰는 일은 단지 본체를 들고 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록을 꺼내 보고, 옮기고, 정리하는 흐름까지 함께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복원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사진은 찍는 순간만이 아니라, 찍은 뒤에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습관과 태도가 드러난다.

 

파일이 촬영 순서대로 남는 단순한 구조가 주는 이점

EOS 30D로 촬영한 결과물을 컴퓨터로 옮기며 다시 놀란 점이 있다. 관리 구조가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이다. 최신 카메라들은 기능이 많아진 만큼 파일도 복잡해지기 쉽다. 장면 인식이나 카메라 내부 처리에 따라 파일이 여러 형태로 생기고, 앱 연동을 전제로 분류가 섞이기도 한다. 반면 30D의 파일은 정말 정직하게 “찍은 순서대로” 정렬된다.

 

이 단순함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촬영한 순서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사진을 보는 흐름이 곧 기억을 따라가는 흐름이 된다. 출사 현장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어떤 구간에서 자주 셔터를 눌렀는지, 어떤 장면에서 발이 멈췄는지가 파일 번호만 봐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불필요한 자동 분류가 없으니 “이 사진이 왜 여기 있지?” 같은 혼란이 줄어든다.

 

특히 오래된 사진을 다시 꺼내볼 때 이 구조는 더 가치가 있다. 최신 기기로 찍은 사진은 클라우드, 앱, 폴더가 섞이면서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30D 파일은 메모리 카드 안에서 하나의 줄로 이어져 있다. 파일이 데이터로만 남는 게 아니라, 내가 그날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까지 함께 남기는 느낌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편리함’이 아니라 ‘명료함’이다. 승인용 글에서도 이런 지점이 강점이 된다. 특정 기능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아도,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작업 흐름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능이 없어서 아쉽다”가 아니라 “복잡하지 않아서 기록을 다시 찾기 쉬웠다”는 식의 경험은 정보성도 있고, 개인 서사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저장 속도가 느릴 때 생기는 촬영 이후의 호흡과 정리 습관

현대 기준에서 EOS 30D의 저장 속도는 빠르지 않다. RAW 파일을 연속으로 처리하면 버퍼가 차는 느낌이 있고, 저장 램프가 깜빡이는 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전에는 이런 걸 답답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써보니 촬영 이후 흐름을 정리해 주는 역할도 한다.

셔터를 누르고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짧게라도 멈칫하게 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방금 찍은 장면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정리한다. ‘구도가 괜찮았나, 빛이 너무 강하지 않았나, 다음에는 한 발 옆으로 가볼까’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즉각적으로 화면에서 완벽한 확인을 하려는 습관이 줄어들고,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 사고가 들어온다.

 

이 과정은 촬영의 리듬을 바꾼다. 속도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촬영이 끊기지 않도록 호흡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 가깝다. 저장 램프가 깜빡이는 몇 초가 길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틈에 주변을 다시 보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읽고, 빛의 방향을 재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같은 시간을 써도 사진에 담기는 집중도가 달라진다.

 

파일을 옮길 때도 마찬가지다. 초고속 전송으로 한 번에 수천 장이 휙 넘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카드를 빼고, 리더기에 꽂고, 폴더를 만들고, 옮긴 뒤 확인하는’ 절차가 생긴다. 이 절차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만큼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데이터 관리가 흐릿해지면 사진도 흐릿해진다.

 

나는 30D를 다시 쓰면서, 사진을 찍는 것만큼 사진을 보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뚜렷하게 느꼈다.

 

CF 카드로 데이터를 옮기며 느낀 보존의 의미와 내 기준의 변화

CF 카드를 리더기에 꽂고 EOS 30D가 남긴 파일들을 하나씩 컴퓨터로 옮길 때마다 묘한 쾌감이 있다. 요즘은 무선 전송, 자동 백업, 클라우드 동기화가 너무 자연스럽다. 편하긴 하지만, 편한 만큼 손에 남는 감각이 없다. 반면 30D의 데이터는 “내가 직접 옮긴 기록”으로 남는다.

 

특히 오래된 사진을 함께 옮길 때는 기분이 더 복잡해진다. 파일 자체는 단순한 이미지지만, 그 이미지를 저장 매체에서 꺼내 내 컴퓨터의 폴더에 넣는 과정이 과거를 정리하는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촬영 당시에는 ‘좋다, 예쁘다’ 정도였던 사진이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의미가 달라지고, 그 의미가 달라진 사진을 내가 직접 손으로 옮겨 보관한다는 사실이 조금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최신 스마트폰이 더 선명하고 더 보기 좋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30D를 꺼내고, CF 카드를 찾고, X200까지 꺼내며 이 과정을 반복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진이 “결과물”로만 남지 않기 때문이다. 저장 매체 하나에도 촬영 습관이 배어 있고, 보관 방식에도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

 

나는 이제 사진을 찍고 나면 예전보다 더 빨리 정리하려고 한다. 폴더를 날짜로 나누고, 장소를 적고, 중요한 컷은 별도로 복사해 둔다. 30D의 단순한 구조가 오히려 내 정리 습관을 또렷하게 만들어 줬다. 결국 데이터 보존은 기계가 해주는 자동 기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기록을 어떤 태도로 다루는지의 문제라는 걸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