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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30D와의 거리감이 사라진 날, 선택이 아닌 존재가 된 도구의 기록
onepage-today 2026. 1. 14. 23:31Canon EOS 30D는 더 이상 ‘선택하는 도구’가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이 카메라를 다시 손에 쥐었을 때 나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았다. 촬영할지 말지, 이 카메라가 적합한지 아닌지 따지지 않았다. 마치 원래 있던 자리에 있는 것처럼, 아무 의심 없이 손에 들어온 도구였다. 이 글은 그 ‘거리감이 사라진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선택 이전의 상태, 그리고 존재로 자리 잡은 도구의 위치에 대해 살펴본다. 2006년에 등장한 Canon EOS 30D는 8.2MP의 CMOS 센서와 DIGIC II 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연사 속도는 최대 5fps, ISO 감도는 100~1600까지 지원된다. 바디는 마그네슘 재질로 되어 있어 내구성이 높으며, 약 700g의 무게는 지금도 사용자의 손에 깊은 피드백을 남긴다.

도구를 곁에 두고도 긴장이 사라진 날
처음 Canon EOS 30D를 다시 꺼냈을 때, 나는 잠깐 멈칫했다. 오래된 기계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작동이 잘 될까,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기본적인 긴장감이 따라왔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이 카메라는 책상 위나 가방 안에서 아무 설명 없이 존재해 있었다. 심지어 촬영을 하지 않은 날에도 이 카메라는 내 주변에 있었고, 특별히 ‘꺼내야 할 이유’ 없이도 곁에 있었다.
이런 변화는 단번에 발생하지 않았다. 반복적인 사용과 관찰, 그리고 결과에 대한 집착이 줄어드는 과정이 누적되면서 긴장이 사라진 것이다. 도구와 사용자 사이에 존재하던 보이지 않는 장벽, 다시 말해 ‘선택 전의 거리감’이 흐려지는 시점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그 지점을 직관적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명확한 장면이 아니라, 촬영하지 않은 날들 속에 쌓인 감각이다.
선택의 판단이 사라졌다는 것의 구조
Canon EOS 30D를 계속 쓰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도구’라는 특성이다. 대부분의 장비는 사용할 때 판단을 요구한다. 오늘 이 장비를 써도 되는지, 결과가 괜찮을지, 혹은 더 나은 선택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Canon EOS 30D는 판단을 생략하게 만든다. 선택을 유도하지 않고, ‘오늘도 그대로 있어도 되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구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판단이 사라졌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신뢰가 생긴 것이 아니라 판단 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용자의 기준과 일치하게 된 상태다. 선택은 ‘의심’이라는 감정과 함께 오지만, 이 도구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기능이나 성능 때문이 아니다. 사용자가 이미 익숙해진 판단 방식 안에 이 도구가 완전히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아닌 존재로 남는 사용의 감각
Canon EOS 30D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게 만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오히려 이 도구는 결과보다 과정을 선명하게 남긴다. 한 장의 사진보다, 그 사진을 찍으려 했던 이유와 망설임, 그리고 그 순간의 태도가 더 오래 기억된다. 이런 종류의 사용 경험은 흔치 않다. 많은 디지털 장비는 결과 중심의 사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anon EOS 30D는 결과가 없더라도 사용 경험이 의미를 가진다. 이 카메라로 아무것도 촬영하지 않은 날조차도 ‘사용한 날’로 기록된다. 그것은 단지 전원을 켰기 때문이 아니라, 도구를 바라보는 방식이 행동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남는다. 이 감각은 도구가 결과물의 도구에서 존재의 도구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다.
거리감이 사라질 때 도구의 위치는 바뀐다
Canon EOS 30D는 과거에는 특별한 장비였다. 오래된 기기이고, 고유의 촬영감이 있고, 지금은 보기 드문 조작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날에 꺼내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카메라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카메라의 가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나의 생활 속 깊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도구와 사용자의 거리감이 사라지면, 그 도구는 특정 목적이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이때부터 도구는 목적형이 아닌 구조형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어떤 목표를 위해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능하는 위치를 가진다. Canon EOS 30D는 어느 날부터 그런 구조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조용하게 일어났고, 아무도 모르게 자리를 바꿨다.
기록으로만 남길 수 있는 변화의 구조
Canon EOS 30D와의 관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 정리하면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 카메라는 여전히 같은 무게를 갖고 있고, 기능상 변화는 없다. 그런데도 내가 이 도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확실히 달라졌다. 선택이라는 개입이 사라지고, 존재라는 전제가 남았다. 이 변화는 어떤 날의 결정이 아니라, 수많은 날들의 판단 생략 위에 쌓인 것이다.
이 글은 그 변화의 구조를 기록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더 이상 평가의 기준이 되지 않는 도구, 비교 대상이 아닌 독립적인 존재가 된 장비, 그리고 판단 없이도 일상에 존재하는 도구. Canon EOS 30D는 그런 구조를 갖춘 카메라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그런 구조를 설명하고 싶었다. 도구가 결과가 아닌 존재로 전환되는 과정은, 오직 기록을 통해서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Canon EOS 30D는 이제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도구’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카메라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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